기차가 멈춘다.
세월의 때가 묻은 플랫폼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먹은 나이만큼 사과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 주름살 깊은 할머니.
언젠가는 삶의 무게에 더해져 자신의 발목을 잡을 밉상 자식놈을 업고 있는 추레한 아낙네.
딱 이 역의 이미지에 맞는 갈색 남방을, 나름대로 멋드러지게 차려 입은 후줄근한 아저씨.
그리고 검은 가죽 가방을 등에 둘러매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
열차가 그 동안의 회포라도 풀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하얀 온기가 썰렁한 플랫폼으로 흩어진다.
온기의 축복은 모든 사람들에게 쏟아진다.
미친 듯이 비가 쏟아진다.
낡아 빠진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사람들을 짓누른다.
몸체가 점점 식어가는 기차의 한숨은 깊어진다.
그리고 빗소리에 맞춰 따각따각 울리는 사람들의 발 소리도 점점 깊어진다.
철퍽 철퍽
따각 따각
모두는 알지 못하지만 공기 속에서 숨쉬는 리듬.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멜로디.
우리는 지금 역을 적시고 있는 빗소리처럼 슬픈 유랑악단.
사람들이여.
우리가 가는 곳을 묻지마오.
우리는 단지 음악의 흔적을 따라 발자국을 맞출 뿐이라오.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한 떼의 보헤미안들을 태운 열차는 힘차게 출발의 기적 소리를 내지른다.
저 지평선 너머에는 음악의 고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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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오랜만에 신곡이군요.........
제 아이디로 내는 것은 이제 거의 한달이 다되어가는군요.
3기 곡은 다 끝내고 갈 예정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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