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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담]
  • 추억이네요.
  • 조회수 :
  • 6059
  • 2021.07.29
  • 02:36:31
몇 년 전인지 기억 안 날 정도로 예전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뮤쉐에 자랑곡을 올린 기억이요.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항상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 뮤직쉐이크로 작업을 했었죠.
어두운 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내 방. 정적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몇번의 딸깍거림, 힘겹게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한 두번정도 반복되는 같은 멜로디지만 다른 코드로 이루어진 덜 만들어진, 어딘가 빈 듯한 음악의 형태만 띄고있는 무언가만이 정적을 채웠었죠.

한 십분 쯤 했나요?  '어어? 이것봐라? 생각보다 노래같은게 만들어 지잖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랑스럽게 첫 자랑곡을 게시한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시간, 밤 10시쯤으로 기억해요. (아 물론 기억을 더듬어야 했기에 작성 후에 10시쯤이 맞았나? 한번 더 봤어요..ㅋ)
그러고 다른 쉐이커들의 곡들을 들어가보니.. 대단들 하시더라구요. 몇십개나 되는 트랙, 몇개나 바뀌는 코드, 전혀 모르겠는 구성들 그런데도 '이건 확실히 음악이다' 라는 인상을 심어준 굉장한 물건들이 꽤... 많았더라구요.

무기력함과 약간의 경외심(?) 비슷한 것을 느낀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었던걸로 기억해요. '나도 몇시간동안 만지면 되겠지?' 와, '나는 재능이 없나?'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다 저는 이만 생각을 접고 그저 재미로만 하기로 하고 2년간 고작 6곡?정도를 심심할때마다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어느날, 저에게 큰 사건 사고가 줄줄이 일어나는 어느 시기. 그 어느 시기가 지난 뒤 다시 찾게되더라구요. 혼자서 적적히. 클릭소리 몇 번, 어딘가 빈 듯한 음악의 형태를 띄고있는 무언가가 들리는.. 그 클릭소리가 쌓이고, 그 무언가가 겹쳐져서 하나의 음악의 형태가 되는것이 기분이 좋았던것 같아요. 제 일상은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도피처 같은 느낌이었죠. 그 때 부터 한 작품에 2시간에서 길게는 20시간씩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컴퓨터가 버티지 못해서 종료되어 다시 진행한다던지, 저장을 수십번씩 한다던지 해가면서요.
우리들이 늘 그랬던 것 처럼 말예요.

그러고 언제부터였던가요. 일상에서 터지는 안좋은 일들이 저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죠.
그때부터 인간에대한 신뢰 근간이 흔들리면서 저도 저대로 방황을 했던 시기가 있던거로 기억을 해요.
그래서 이 곳에서도 그 영향이 퍼지던 시기가 있었죠.

관심을 받기 위해 '들은 척'만 하고 잘 들었다며 가는 사람들이 제 눈에 보였었죠.
참, 그 땐 왜 그랬는지 그 사람 단 한 사람이 싫어서 모두를 배척하는 제 꼴이 참.. 지금 돌아봐도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시 뮤직쉐이크에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 염증을 느꼈고, 즐겁던 쉐이킹도 이제는 질리게 되더라구요.

그 후에는 활동을 접었던거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후엔 학업과 군대 그리고 직장에 치이다보니 추억 할 생각도 나질 않았네요.

지금 작성하고 있는 시기는 처음 시작 이후로 11년, 본격적 활동 시작 후 9년 이후로 현재 저는 직장에서 팀장급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휴가를 나왔구요,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생각이 드네요. 여느때처럼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잠에 드려는 순간 바탕화면 구석에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뮤직쉐이크를 보자마자 문득 옛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 저걸로 작업할 때도 나름 고충이 있었는데.. 아 그래도 뭔가 즐거운 일들이 꽤 있었는데.. 아 그래도 재밌었는데..'

들어오고나니 아차. 어도비에서 플래쉬 플레이어를 지원중단했단 사실이 눈앞에 현실로 떡하니 존재하더라구요. 참 마음이 아픈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예전에 작업했던 곡들을 들을 수 없을까, 그 시절 그 추억을 떠올릴 순 없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찰나, 캐시에 750원이 남아있는것을 발견했고 mp3 다운로드 하는 것 정도는 플래쉬 플레이어 없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며 추억 할 만한 한 곡을 앨범을 넘기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확인을 했죠.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고른 곡은 Monochrome Parade. 처음으로 꽤 긴 시간을 투자했고, 앨범기능도 사용해야지라며 들떠있던 상태에서 제작했던 곡. 한 때 MCR의 감성에 젖어있던 시절. 그 밴드의 그 앨범이 너무 멋져보여서 나도 비슷한걸 해보고싶다는 욕망이 차오르던 그 때의 그 곡을 다시 들어보기위해 추억의 뽑기를 하는듯한 느낌으로 500원을 mp3 다운로드 하는곳에 넣고 다운로드를 돌렸죠.

다행히 제 예상은 멋들어지게 적중했고 추억을 뽑는 기계는 참으로 정직하게 작동해주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 곡을 듣고있구요.

글귀는 참 오그라들더라구요..ㅎㅎ

정말로 제 흑역사인데 부끄럽진 않네요. 오히려 좋네요 이 정도 부끄러움은.

곡은 참 구성으로 따지면 엉망진창이네요 정말로. 아주 제 마음에 들게..
오랫만에 굉장한 추억여행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는게 참 슬프네요.
아끼던 악기가 고장난다는게 이런 기분이려나요.
녹음해두었던 제 흔적만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건 참..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것같은 목마름만 남겨두고 떠난 느낌이네요.

언젠가 다시 서비스 될 날이 오길 생각하며 두서없이 적은 글은 이만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죄송한데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추억에 젖어서 혼자 이런곳에 글이라도 적어보고 싶었네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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