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는 기다린다

아직 아침 안개가 짙게 피어 오른, 색 없는 나무들의 바다에서.

발소리와 호흡을 죽인, 냉혹한 헌터들의 그림자

천천히 흔들리는, 붉은 두 개의 불빛.

그 자는 간다.

몇 번이고 뇌리를 스치는 두려움과 망설임을 떨쳐내며.

무기를 뽑아 낮은 자세를 잡은, 눈빛에 한 점 흔들림 없는 헌터들.

그가 받드는 검의 무상한 한 줄기 빛.

그들은 느낀다.

새로운 사냥감의 등장을, 더욱 강한 자의 존재를.

자신의 몸 속에서 요동치는, 억누르기 힘든 커다란 고동소리를.

앞으로 펼쳐질, 아직 보지 못한 넓은 세계를.

그리고, 불현듯 반짝이는 빛.

그 날도 어김없이 숲에 동이 트는 그 순간.

햇살을 받아 서리는 녹고, 하늘은 푸르게, 꽃은 붉게, 숨쉬는 녹색은 더욱 짙게.

둘러 쌓인 모든 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거기에 걸고.

지금 다시, 서로 대치한다

이 세상에서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