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회사 건물 전체가 금연이라서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옥상까지 올라왔는데

후.. 날씨가 참 춥다.

  내가 뿜고 있는 게

입김인지 담배 연긴지 헷갈릴 정도로,

  저 멀리 보이는 한강 다리에는

벌써 조명이 다 들어와 있네.

  니가 예전에 그랬지.

서울엔 한강이 있어서 좋다고.

  그 때 막 서울로 올라온 나한테

서울 구경시켜 준다면서

같이 유람선을 타러 갔을 때일 거야  

나..그 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다, 서울에는 한강이 아이라

니가 있엉서 좋은기라.'

  어색해서 말로는 할 수 없었지만

나한텐 정말 니가 있어서

이 삭막한 서울도 살 만한 곳이었어.

  그 해 겨울 서울의 독한 추위에

꼼짝없이 독감에 걸려

버렸을 때에도

감기약 사 들고 자취방에 와 주던 너만 있으면

난, 펄펄 끓던 이마의 열도

따뜻해서 좋다며 웃을 수 있었지.

  참.. 무식하게 사랑했던 것 같다.

진짜 좋아했는데, 진짜 죽도록 좋아했는데,

사랑한단 말 한번도 못했으니까.

그 여자

꾸물꾸물 굼뜬 하늘처럼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 날.

좋아하는 시디 몇 장을 챙겨들고

따뜻한 캔 커피 하나 주머니에 넣고

한강을 찾았어.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일상을 비켜갈 수 있는 곳,

서울은 한강이 있어서 좋아.

유난히 서울을, 복잡한 도시를 싫어하던 너도

한강에 올 때만은 편안해했지.

좀처럼 고쳐지지 않던 사투리처럼

고집 센 무뚝뚝함으로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너.

나는 그런 너를,

사랑을 말할 줄도 모르고

열이 펄펄 끓어도

아프다 말할 줄도 모르던 너를,

내가 지켜 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와 헤어진 다음

이렇게 혼자 한강을 찾은 후에야 알게 됐지.

그 때 사실은 내가 널 지켜 준 게 아니라

니가 내 외로움을 막아 주고 있었다는 것.

곧 많이 추워진다는데

이젠 너도 서울의 겨울에 익숙해졌을까?

이젠.. 추우면 춥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별을 하게 된다면... (Part . 3) _ [Inst_발라드] http://www.musicshake.com/Listen/Song/SongContent/?USER_NUM=127077&CONTEST_NUM=180392

이별을 하게 된다면... (Part . 3) _ [V.C_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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